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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곤해 돌아가시겠네…."

5학년_페닉.png

| 페닉 / Pennic |
163cm / 49kg / 남성 / 케스페베인트

@C0M1_NAK님 지원

이리저리 뻗친, 이제는 뒷목을 간신히 가릴 정도로 짧아진 회색빛 머리카락에는 여전히 검은 핀이 꽂혀있다. 큼직했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아래로 다크서클이 짙었다. 사나운 눈썹은 여전히 짧둥하다. 왼쪽 팔로 이어지는 목가에는 몬스터의 발톱에 당한 흉터가 살짝 보였다. 여전히 사나운 인상이었지만 초췌하다는 느낌이 더 커졌다. 

| 이능력 |
실리온

양손잡이. 꾸준한 연습으로 이제는 어느 쪽 주먹이든 자유롭게 활용한다.

| 스킬 |


명령어 : 눈 깔아!
분류 : 공격
사용 마력 : 혼합 마력 / 위력 : 7 / 종류 : 단일

마력을 손 끝에 집중시켜 단단하고 날카로워진 손톱으로 눈을 찔러버리는 기술.

가끔 빗나가 다른 곳을 할퀴기도 한다.

| 성격 |

[피로한 / 강박적인 / 세심한]

피로한|음침한, 가라앉은, 조용한, 귀찮음이 많은, 회피 성향, 성숙한?

“……어, 그래. 그거 다 내 잘못이다. 됐지?”

 

잦았던 다툼을 귀찮게 여기기 시작한 건지, 그저 오래 본 사람과 싸우기 싫은 건지, 둘 다인지는 몰라도 전처럼 상대를 향해 무조건 이기겠노라 덤벼드는 대신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만큼 욱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이제 와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하면 정말 짜증이 났거나, 옛날부터 그렇게 대해와서 이미 버릇이 되었거나, 승부 중 흥이 올랐을 때 정도였다. 누군가는 그런 그를 ‘철이 들었다’고 평가할 지도 몰랐지만, 3초만 지켜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그저 버릇처럼 피곤해 돌아가시겠네, 귀찮아 죽겠네, 투덜거리는 횟수가 늘어난 만큼 진이 빠져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말을 밉살맞게 하는 재주가 있어 시비는 자주 걸렸다.


 

강박적인|까칠한, 성실한, 여유가 없는, 맹목적인, 경쟁 심리, 승부욕

“아직 부족해. 먼저 들어가라.”

 

‘무사히 아카데미를 졸업한, 실력으로 따지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기사’라는 목표는 건재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불안이 치미는 듯 했다. 이대로 괜찮은가? 무언가 잘못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그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그는 결국 훈련과 노력을 택했을 뿐이었다. 목표는 단순한 길잡이가 아닌 맹목적인 신앙과도 같은 것으로 변질되었다. 이제는 1등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믿는 것처럼 보였다. 승부에 지면 분해하는 모습을 보이던 1학년 때와는 달리, 그대로 조용히 돌아서 훈련장에 평소보다 오래, 정말로 오래 머무는 것이 지금의 그였다. 


 

세심한|다정한, 책임감 있는, 관찰력 좋은, 정이 깊은

“또 무슨……. 됐다, 뭘 도와달라고?”

 

그렇게 까칠하고 여유가 없다 해서 분풀이를 남에게 하기엔 이미 몇 년 씩이나 얼굴을 보고 함께 지내온 아카데미 사람들에게 깊은 정이 생긴 뒤였다. 누가 바라본다 한들 불편해하는 일이 없어졌다. 직접적으로 정이 들었다는 것을 내색하진 않았으나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투덜거리긴 해도 거절하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지켜보다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경우도 많았다. 한 번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 것도, 은근히 남을 잘 돌보는 것도 어릴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낯 간지러워하긴 해도 친구냐고 물으면 아마도? 라고 대답할 정도까지는 될 것이었다. 사과 역시 전보다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화를 내며 씩씩대던 전과 달리 그의 짜증이나 울분 역시 전부 아카데미 외부의 사람이나 자기자신을 향한 것에 그쳤다.

| 기타&특징 |

0. Timeline 

 

  • 1학년 2학기

    • 1등은 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노력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거나, 노력을 해도 쓸모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간절함이 부족했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 1학년 2학기 ~ 2학년 1학기 방학

    • 평소와 마찬가지로 집에 돌아갔다. 아카데미로부터 받은 지원금 덕분에 가족의 살림은 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근래 집 주변에 공격적으로 보이는 몬스터가 많아졌다는 어머니의 말은 조금 걱정스러웠다.
       

  • 2학년 1학기

    • 1학기 중에만 20cm는 넘게 컸다. 저보다 큰 사람은 널리고 깔렸지만 제 (컨디션 관리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몇 안 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이라, 성장통에 끙끙대면서도 ‘봤지? 잘 먹고 잘 자면 이렇게 된다!’ 하고 한창 신났었다. 역시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 그러나 1등은 아니었다. 돌아오는 미진한 결과와 투자한 시간의 격차에 절망할 법도 했으나 그에게 있어서 이런 류의 역경은 삶 그 자체였으므로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아주 잠시 기가 죽긴 했어도, 곧 다가올 2학기부터의 훈련량을 2배 늘리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 2학년 1학기 ~ 2학년 2학기 방학

    • 학기 내내 집 근처의 몬스터를 걱정했었다. 어머니는 이제 괜찮다고 하셨지만, 집에 돌아가 주변을 둘러보니 여전히 몬스터가 많았다.

    • 아카데미로 돌아가기 직전, 집에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자리에 있었기에 가족에게 큰 피해는 없었으나, 아직 미숙했던 그는 왼팔로 이어지는 어깨 근처를 다쳤다.
      주로 쓰는 팔이었지만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오른손을 쓰는 연습을 해왔기에 붕대를 감고서도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을 때의 순수 악력이 줄어들었을 뿐, 싸울 때 크게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왼손 공격은 마력을 써야만 한다는 구속 아닌 구속이 전부였다.

    • 다친 것이 있다면 그의 자존심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 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2학년 2학기

    • 몬스터가 계속 기승이었다. 가족들이 결국 어머니와 아버지가 본래 살던 고향 마을로 이사했다는 소식이 편지로 전해졌다. 당분간 돈을 더 아껴서 보태야 한다는 뜻이었다.

    • 팔에 붕대를 감고도 훈련, 눈 뜨면 훈련, 잠꼬대마저 훈련을 했지만 또 1등을 놓쳤다. 다친 팔의 흉터가 눈에 띌 때마다 짜증이 치밀었다. 오로지 본인을 향한 것이었다.

    • 성적이 나온 2학기 후반부터 그는 욱하는 일도, 말수 자체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누군가 비죽거려도 전처럼 버럭 소리를 지르기보단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거나 그래, 한 마디 하고 넘어가는 일이 늘어났다.
       

  • 2학년 2학기 ~ 3학년 1학기 방학

    • 방학 중 훈련을 위해 아카데미에 남기로 했다. 대신 그만큼 가족과의 편지 교류가 늘었다. 어머니의 임신 소식에는 기겁해서 뛰어갈 뻔 했지만 길을 몰라 참았다.

    • 잠이 줄어들었다. 대신 훈련량이 늘었다. 컨디션 관리보다는 당장의 결과가 급했다. 식사도 들고 다니기 편한 샌드위치나 과자류를 훈련 도중 뜯어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유일한 휴식은 훈련장 구석에서 잠시 조는 수준의 쪽잠과 편지를 쓰는 시간 뿐이었다.
       

  • 3학년 1학기

    • 점점 피곤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카데미 학생인 덕에 싸게 살 수 있었지만) 돈도 없다면서 포션이니, 피로 회복제니 하는 것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 그래도 실리온이라 튼튼해서, 도서관부터 체육관까지 어디에서나 보이는데도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다. 

    • 이전보다 성적이 오르긴 했지만 목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제는 실망도, 분노도 아닌 오기만이 남았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고작 타고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더러운 성격이었다.
       

  • 3학년 1학기 ~ 3학년 2학기 방학

    • 이번에도 돌아가지 않을 셈이었지만, 동생이 태어났다는 말에 곧장 이사한 집으로 뛰어갔다. 처음 만난 귀여운 동생, 1년만에 보는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다짐을 굳혔다. 다음 학기야말로 무조건 1등을 하겠다고.
       

  • 3학년 2학기

    • 결과는 항상 마음처럼 따라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컨디션 난조일 뿐일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1학기보다도 떨어진 성적―아주 바닥은 아님에도―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그는 노력에조차 큰 재능이 없었다.
       

  • 3학년 2학기 ~ 4학년 1학기 방학

    • 방학 내내 훈련장에 틀어박혔다. 가족들에게도 ‘당분간 편지는 안 할게요.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세요.’ 라는 두 줄짜리 편지를 보낸 뒤로는 연락하지 않았다. 훈련장과 식당만을 오가는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에만, 1학년 때처럼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다.
       

  • 4학년 1학기

    • 1학기 말, 성적 발표 직전, 연락이 없던 가족들로부터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늘상 보내던 어머니나 동생들이 아닌 아버지로부터의 것이었다.

    • 편지의 내용을 보고 나서 페닉은 곧장 길렀던 머리를 아무렇게나 잘라 답편에 동봉했다. 

    • 성적이 어떠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 4학년 1학기 ~ 4학년 2학기 방학

    • 곧장 집에 다녀온 뒤로 한동안 기숙사 방에 틀어박혔다. 재학 중 훈련조차 가지 않았던 유일한 시기였다.

    • 방에서 나온 것은 다음 학기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 무렵이었다. 곧장 훈련실로 향한 것을 보면 큰 변화는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눈 밑으로 짙어진 다크서클이나 음울해진 분위기는 그때부터의 것이었다. 만난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깜짝 놀라거나, 못 알아볼 만큼 단번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 4학년 2학기

    • 방학 때부터 이어지는 수면 부족 탓에 통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여전히 훈련은 꼬박꼬박 하고 있었지만, 전에 비해 잔실수가 늘었다.

    • 겉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피로해보이는 인상이 되었다. 입버릇처럼 피곤하다, 죽겠네, 귀찮다 중얼거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력했다. 여전히 결과를 향한 욕심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것밖에 없었다. 

    • 바뀐 인상에 비해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적당히 퉁명스럽고, 승부욕이 넘치고, 아닌 척 주변을 살폈다. 

    • 당연히 결과는 기대 이하였으나, 이제는 겉으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훈련 강도가 조율될 뿐이었다.
       

 

1. Pennic

 

  • 그는 평민 출신으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오죽 돈이 급했으면 이름조차 화폐 단위인 페니에서 따왔을까. ‘돈을 불러모으렴, 부족하지 않게 살아라’라는 부모의 소망을 담은 이름이기에 본인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이름대로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지만, 남에게 굳이 뜻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진 않았다.

  • 소원을 빌어야 한다면 늘상 비는 게 하나 있다. 온 가족이 편한 마음으로, 진정 즐겁게 매년 말 열리는 축제에 참여해보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돈이 없어 먹기도 아까운 호박을 감히 굴려 깨본 적이 없었다. 근방에서 축제가 끝난 곳을 찾아 돌아다니며 남은 호박 조각을 긁어모아서는 다 같이 삶아먹은 적은 있다. 그는 종종 재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재앙을 대신하는 호박을 주워 먹어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스치듯 했다. 은근히 미신에 약한 것이다.

  • 키는 하나도 안 크는데 이상하게도 머리카락만 잘 자랐다. 그래도 꼬박꼬박 잘랐었는데, 한 번 자를 타이밍을 놓쳤다가 어머니나 동생들이 제 머리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바람에 그대로 기르게 되었다. 남들이 물어보면 몇 안 되는 비상금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실제로도 급하면 머리카락이라도 잘라 팔 생각이 가득했다.

  • 돈을 밝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확히는 돈이 그 대단한 자존심을 가뿐하게 이길만큼 간절했다. 그만큼 부자에 대한 반감도 강하다. 돈 자랑이나 사치를 세상에서 제일, 권력으로 찍어누르는 비열한 짓을 그 다음으로 제일 싫어했다. 

  • 실용주의 중에서도 실용주의.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정신은 아카데미 내 최고일지도 몰랐다. 당연히 바느질이나 요리, 빨래 요령같은, 자질구레하지만 익혀두면 돈 나갈 일이 팍 주는 재주는 모조리 익히고 있었다.

  •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 빠듯한 살림에 그런 기념일을 하나하나 챙기기도 어렵고, (챙겼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부했다.) 마찬가지로 관심도 없었다.

  •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 편지 쓰는 취미가 생겼다. 

  • 왼손잡이지만 양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생활은 오른손을 위주로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기도 오른손으로 하느라 남이 알아보기조차 힘든 악필이 가득한 노트가 탄생했지만,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는 왼손으로 또박또박 쓴다.


 

2. Before Academy

 

  • 몸이 약하지만 친절한 아버지와 억척스럽고 박학다식한 어머니 아래에서 사랑만은 풍족히 받고 자랐다. 어머니가 예전엔 꽤 번듯한 귀족 집안 출신이었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이미 의절한 집안, 그러든지 말든지, 믿습니다, 믿어요, 아마도~’ 정도의 감상만 남았다.

  • 그래도 성씨를 대야 할 것 같은 상황엔 콘스탄테 가문의 이름을 잠시 빌리곤 했다. 어머니의 집안이었다.

  • 사랑 넘치는 집안 답게 아이도 많았다. 그의 아래로 남동생이 두 명, 여동생이 세 명이다. 10살 쌍둥이 남매, 8살인 넷째 여동생, 5살인 다섯째 남동생, 이제 3살이 된 귀여운 막내 여동생까지, 가족 구성원이 8명씩이나 되니 그 집안 벌이에 하루 종일 산이며 마을을 되는 대로 돌아다녀도 입에 풀칠이나 하면 다행이었지만, 페닉은 불만보다는 의지를 다졌다. 반드시 전부 먹여살리겠다고!

  • 케스페베인트 출신이라곤 해도, 척박한 혹한의 땅 웨일란드와 맞닿은 국경 인근에 위치한 이름 모를 야산이 그의 정확한 집터다. 한 마을 출신인 부모님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끝에 출가라는 명목으로 쫒겨나면서 어렵사리 자리 잡은 곳이었다. 

  • 케스페베인트는 기본적으로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한 땅이었으나 그나마 산에는 주워먹을 것이나 짐승이 종종 보였다. 그의 집안에서는 사냥이나 채집을 통해 얻은 것이 식량이었고, 가죽이나 꽃잎, 이빨 등의 부산물을 가공한 조잡한 생활용품이 미약한 돈줄이자 자급자족 수단이었다. 가끔 웨일란드 쪽에서 넘어온 듯한 짐승형의 몬스터와 마주치면 자잘한 부상을 입긴 해도 페닉은 어떻게든 살아 돌아왔다. 


 

3-1. Academy - 1

 

  • 늘상 부족했던 식량 덕분에 왜소하고 여윈 모습으로 입학했으나 지금은 단련의 일부라 생각하고 어마무시하게 먹어대는 중이라 그나마 사람 답게 생겼다. 단, 여전히 작은 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보였다. 저 조그만 몸에 저게 다 들어가네, 싶을 만큼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

  • 식사 전, 훈련 전, 잠들기 전에 메데테이아께 기도하는 시늉을 거르지 않았다. 본인은 무신론자라고 생각하지만 습관 같은 행동들이었다. 이로 인해 그를 독실한 신자로 오해하는 자들 역시 더럿 있었다.

  • 대부분 체력과 근력 등 신체 능력 위주의 훈련이었지만 머리 쓰는 공부를 싫어하지 않았다. 뭐든 알면 알 수록 좋다는 태도는 학생으로서 흠잡을 곳 없이 훌륭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았다.

  • 다만 여전히 가는 길마다 자잘한 시비가 끊이질 않는 점이 인간으로서 미비했다. 입학 초기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검은 핀 하나만 덜컥 꽂은 채 유난히 헝클어진 것을 풀어해치고 다니는 게 꼭 산적 같았던 긴 머리, 한층 사나웠던 인상, 더욱 험했던 말투 등의 영향으로 인상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한결 깔끔해진 지금도 그 이미지가 남아 거부감을 느끼거나 피하는 이가 있었다.

 

 

3-2. Academy - 5

 

  • 여전히 많이 먹지만 과식에 가까울 정도는 아니었다. 훈련이며 수업 때의 운동량에 걸맞게만 먹었다. 훈련장과 식당을 오가는 것도 귀찮다며 식사를 들고 다니기 수월한 간편식으로 가볍게 때우는 일이 늘었다. 

  • 5학년이 되면서는 기도하는 시늉을 관두었다. 

  • 학구적인 태도 역시 여전했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온종일 도서관에도, 운동장에도, 숲에도 다닌다. 마구잡이식으로 배웠던 1학년 때와는 달리, 여러 경험과 조언을 거쳐 필요한 훈련을 정해 훈련량에 차등을 두었다. 주로 낮에는 운동장, 훈련관, 체육관을, 밤에는 도서관이나 숲, 마력 필드를 찾는다. 성적과 관계 없이 노력만은 대단했다. 

  • 지저분한 머리지만 주기적으로 자르는 것 외에 딱히 건드리진 않았다. 입학 때부터 하고 다니던 핀만 여기저기 꽂을 뿐이었다. 주로 길어진 앞머리를 고정하는 용도였다. 

  • 포션 병에 물을 담아 마시는 기묘한, 취미인지 버릇인지 모를 것이 생겼다. 매번 포션을 사자니 돈이 아깝고, 마시는 기분이나 내자는 거였다. 그냥 물 마시는 것보다는 어쩐지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라나. 매일같이 마시는 포션 병에 담긴 건 9번 정도는 그냥 물이었고, 1번 정도가 진짜 포션이었다.

 

 

4. Ability

 

  • 이능력은 어릴 적부터 무의식적으로 발현해 써왔다. 이 돌을 치워야 하는데, 저 짐승 잡으면 우리 가족 일주일은 먹겠다……. 그런 간절한 생각을 할 때마다 어쩐지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힘이 솟아났다는 건 알 길이 없었다. 가족들은 페닉을 장사라고 불렀다.

  • 반면, 간혹 들르는 근처 마을에서 만나는 또래 꼬맹이들은 그를 ‘몬스터’라고 불렀다. 어린 몬스터 중에는 인간의 아이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것들도 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라는 어감이 주는 이질감이 있었다. 꼬질했던 어린 페닉의 모습이나, 마른 몸에 유난히 발달해 핏줄이 돋아난 손은 그 이질감의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오죽하면 몇몇 어른들도 수근거리기 일수였다. 동행한 어머니의 서슬 퍼런 눈길이 아니었다면 돌팔매질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의 인간 기피 성향은 이런 경험의 결과이기도 했다.

  • 그가 능력과 아카데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마을에 잠시 방문했던 떠돌이 여행자와 만났을 때였다. 전직 기사였다는 그 노인은 페닉의 손을 보더니 귀한 재능을 가졌다며 그에게 능력의 제어 방법을 몇 가지 가르쳤으며, 아카데미를 추천하지는 않았으나 여러가지 제도와 혜택, 아카데미에 얽힌 소문 등은 꼼꼼하게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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